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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멱살을 거머쥔 공산주의라는 유령 PART 2

by bookish person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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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하는 자유 경제와 공상적 사회주의

산업이 발달할수록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대립과 갈등도 점점 더 심해졌다. 많은 이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세상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그 처방이라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빈민 구호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그런 땜질식 처방은 임시변통이었을 뿐, 장기적으로는 결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경멸과 동정의 대상으로 비참하게 추락해 갔던 것이다.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고 삶이 고단할수록 사람들은 평등하고 억압 없는 세상을 꿈꾸게 마련이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 공산 사회를 위한 제안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상당수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돈키호테적 구상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의 사회 운동가 로버트 오언(Ribert Owen, 1771~1858) 같은 자본가는 자신의 공장을 노동자들의 천국으로 개조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노동자를 위한 교육 · 복지 시설에 완전한 양성 평등까지, 21세기형 국가 복지를 옮겨 놓은 듯한 이 공장은 그 당시의 통념과는 너무도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생산 협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들이 이익을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갖는 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선거를 통한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치밀한 문제 분석이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없는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 흔히 이들이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자본가들도 점차 거세지는 저항에 맞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론 체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른바 주류 경제학은 이때 형성된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문제의 책임과 권리는 각자에게 있다는 경제적 개인주의와, 정부의 간섭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자유방임주의, 자유 경쟁, 자유 무역을 앞세웠다.

한마디로 못사는 것은 개인의 문제일 뿐, 사회 구조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빈곤층이 점점 더 늘어 가는 현실 앞에서 위기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극소수의 가진 자와 다수의 못 가진 자들이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으로 치닫을수록 세상으 어떤 식으로든 위태로운 갈등을 해소해 줄 사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심장에 칼을 들이대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그는 청년 시절 결투를 벌이고 음주 가무로 학생 감옥에 갇히는 등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냉철한 분석가이기도 했다.

마르크스는 공산 사회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였지만, 어떤 환상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먼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mechanism, 작용 원리)로 붕괴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노동자들이 지배하는 공산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전의 공산주의는 단순한 제안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르크스는 이에 대한 체계적이 기고도 과학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그는 최초의 과학적 공산주의자로 불린다.

마르크스는 물질의 발전이 인류 역사를 이뤄 나간다는 ‘사적유물론(私的唯物論)’‘사적 유물론(私的唯物論)’을 주장했다. 이미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의 주장은 매우 당연하게 다가온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인 나라와 2만 달러의 나라 사이에는 가치관과 문화 등에 꼭 그만큼의 차이가 존재한다. 1000달러 시대의 우리 나락 후진국과 비슷했다면, 2만 달러 무렵에는 OECD 국가들과 비슷한 모습 이리라는 경제 관료들의 말에 우리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터이다. 하지만 종교나 걸출한 영웅이 역사를 이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에는, 물질이 세상을 이끈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무척이나 획기적인 것이었다.

나아가 그는 <자본론>에서 물질문명이 진보하고 산업이 발달하면 자본주의는 반드시 붕괴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므로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한다. 경쟁이 심해지면 약자는 점점 사라지고 결국 몇몇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결과는 강자 자신에게도 피곤한 일일 뿐이다. 망한 회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살아남은 기업도 어려워진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 그만큼 일자리가 없어져,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회사란 이윤을 내지 않고서는 지탱할 수 없는 집단이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생산 비용을 줄여서라도 이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따라서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노동자들을 더 많이 해고하고 임금을 낮추기 시작한다. 임금이 떨어질수록 노동자들의 구매력도 떨어져 기업의 이윤은 더더욱 줄어든다. 그러면 회사는 또다시 임금을 깎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파탄 상태에 이른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극수 수로 압축된 자본가들을 폭력 혁명으로 제거하여 모두가 평등한 공산주의 사회가 되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된다.

이 모든 주장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연구 끝에 얻어진 결과였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환부에 메스를 들어대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낸 철학자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다.

이제까지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해 왔을 뿐이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면밀한 논리에 기초한 그의 주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비춰졌고, 사람들은 마르크스가 꿈꾸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바야흐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한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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